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관리에서 공감은 피해를 입었거나 문제를 제기한 상대가 처한 상황과 감정을 정확히 이해하고, 그 이해를 근거로 메시지와 행동을 결정하는 일을 말합니다. 감정을 드러내 보이는 표현보다 상대를 파악하는 인식 활동에 가깝습니다. 이슈와 위기에는 항상 사람이 그 핵심에 있으므로, 사람을 이해하지 못한 대응은 어느 단계에서든 어긋나게 됩니다.
공감은 상황을 이해하는 일에서 시작합니다
자사 제품으로 피해를 입은 소비자가 나왔을 때 경영진에게 공감하는 커뮤니케이션을 권하면 되묻는 질문이 있습니다. 그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이냐는 것입니다. 대표가 피해자의 손을 잡고 눈물을 흘리는 것인지, 큰절을 하는 것인지 묻습니다.
공감은 그보다 앞선 단계에서 시작됩니다. 공감을 위해 대표이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피해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이해입니다. 피해를 입은 사람 각각이 얼마나 심각한 상태인지를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그렇게 피해를 제대로 이해하면 그들이 어떤 기분인지가 자연스럽게 이해됩니다. 그다음에 그들이 어떤 의견과 반응을 보일지 예상할 수 있게 됩니다. 메시지와 행동은 그 이해와 예상 위에서 결정되는 것입니다.
이 순서를 밟지 않은 채 퍼포먼스만 공감으로 떠올리기 때문에 경영진에게 거부감이 드는 것입니다. 공감은 감정을 연출하는 기술로 오해되지만, 실제로는 훈련된 전략가가 수행하는 실무입니다.
공감과 동의는 서로 다른 이야기입니다
가장 자주 제기되는 우려가 있습니다. 공감을 표현하면 상대 주장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되거나, 나아가 법적 책임을 인정한 것이 되지 않겠느냐는 것입니다.
표현 방식이 정확하다면 그렇게 보기 어렵습니다. 공감은 이해를 전제로 하는 개념입니다. 기업이 표현하는 공감은 여러분이 그렇게 생각하고 계시다는 것을 우리가 이해하고 있다는 진술입니다. 그 판단이 옳다거나 우리 과실로 그렇게 되었다는 진술과는 가리키는 대상이 다릅니다.
법제도 역시 둘을 구분해 다루어 왔습니다. 미국에서는 서른아홉 개 주와 워싱턴 D.C., 괌이 의료 분쟁에서 위로·조의·사과의 표현을 과실 인정의 증거로 쓸 수 없도록 하는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기업 위기 일반에 적용되는 같은 규정이 없고 의료 분야를 중심으로 도입 논의가 이어지고 있으므로, 그 구분은 문장 설계로 확보해야 합니다.
판단해야 할 것은 공감해서 잃을 것과 공감하지 않아서 잃을 것의 크기입니다. 공감하지 않는 회사의 태도를 지켜본 공중과 이해관계자가 어떤 감정을 갖게 되며 그 감정이 회사에 어떤 힘으로 되돌아오는지를 함께 계산해야 합니다.
공감이 없으면 이후의 어떤 메시지도 수용되지 않습니다
공감의 실질적 기능은 여기에 있습니다. 공감 없이 전달하는 메시지는 수용성이 낮고, 충분한 공감 뒤에 전달하는 메시지는 수용성이 높습니다.
공감을 표현하지 않는 기업을 보면서 이해관계자는 저 기업이 우리를 전혀 이해하지 않고 있다고 느낍니다. 그 순간 마음을 닫고, 이후 회사가 내놓는 어떤 메시지에도 귀를 기울이지 않게 됩니다. 위기관리를 위한 커뮤니케이션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 상태가 됩니다.
이것이 첫 발표에서 조의와 공감, 케어 메시지가 빠지면 그 뒤의 내용이 아무리 정확해도 전달되지 않는 이유입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의 CERC 원칙이 「공감을 표현하라」를 여섯 원칙의 하나로 둔 것도, 상황적 위기 커뮤니케이션 이론(SCCT)을 정립한 위기 커뮤니케이션 연구자 티모시 쿰즈(W. Timothy Coombs)가 위기 유형과 무관하게 모든 피해자에게 우려의 표명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본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공감 역량이 없는 조직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공감 역량이 결여된 개인이나 조직을 공감 제로라고 부릅니다. 여기에는 세 가지 결핍이 함께 나타납니다.
| 결핍 | 겉으로 나타나는 행동 | 이해관계자가 받는 인상 |
|---|---|---|
| 자사가 남에게 어떻게 비치는지 모름 | 자사 기준의 해명을 반복함 | 상황을 모르고 있다 |
| 피해자·이해관계자와 어떻게 커뮤니케이션할지 모름 | 문제를 숨기고, 인정하지 않고, 피해자를 공격하고, 마지못해 사과함 | 책임을 피하려 한다 |
| 상대의 기분과 반응을 예상하지 못함 | 악화되는 반응에 의아해하며 상대의 다른 의도를 의심함 | 대화가 되지 않는다 |
세 가지 가운데 「상대의 기분과 반응을 예상하지 못함」이 특히 위험합니다. 우리는 할 만큼 했는데 왜 반응이 나빠지는지 의아해하다가, 상대가 다른 의도를 가지고 회사를 공격한다고 상상하기 시작합니다. 이 지점에서 조직은 자사의 공감 부족을 점검할 기회를 스스로 닫아 버립니다.

공감은 문제 해결로 이어져야 완성됩니다
공감만 하고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제대로 된 공감이 아니었다는 뜻입니다.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지 않았고, 상대를 이해하지 않았으며, 이후를 현실적으로 예상하지도 못했다는 의미입니다.
공감을 제대로 하면 자연스럽게 문제 해결의 수순을 밟게 됩니다. 정서적 이해의 표현 뒤에 문제 해결과 배상 또는 보상에 대한 내용, 개선과 재발 방지에 대한 내용이 따라야 실질적인 커뮤니케이션이 됩니다.
같은 문제를 반복해 일으키는 기업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잘못된 공감만 표현하고 문제 해결 노력은 등한시합니다. 다시 문제가 생기면 더 큰 공감을 연출하고, 그 뒤에 또 해결을 미룹니다. 반복되는 가짜 공감은 공감대를 떨어뜨리고, 이후에는 아무리 크게 공감해도 그 진의가 의심받습니다.
타인의 생각과 욕구, 감정을 추론하는 능력은 위기 국면에만 쓰이지 않습니다. 상품 개발과 영업, 마케팅, 인사, 기획에 모두 요구되는 경쟁력입니다. 그 이해와 배려가 회사와 경영진에게 충분히 갖추어져 있다면 납득하기 어려운 이슈나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 자체가 현격히 낮아집니다. 공감을 위기관리 역량으로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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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거로 삼은 표준과 자료
U.S. CDC, CERC Manual 2018 update — 여섯 원칙 가운데 「공감을 표현하라」
W. Timothy Coombs, Protecting Organization Reputations During a Crisis, Corporate Reputation Review Vol.10 No.3 (2007) — 상황적 위기 커뮤니케이션 이론
NCSL, Medical Professional Apologies Statutes — 39개 주와 워싱턴 D.C., 괌의 규정 현황
WHO, Communicating risk in public health emergencies (2017)
위 자료들을 이해·예상·결정의 순서와 공감 역량 결핍의 세 가지 유형으로 정리한 부분은 스트래티지샐러드의 정리입니다.
스트래티지샐러드 「위기관리 용어 사전」 수록 항목입니다. 작성: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같은 글이 필자의 블로그 Communications as Ikor에도 게재되어 있습니다. 2026년 9월 29일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