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관리는 기법보다 전제 위에 섭니다
기업 위기관리를 기법의 문제로 여기는 경영진이 많습니다. 사과문을 어떻게 쓰고, 기자회견을 어떻게 하고, 메시지를 어떻게 다듬을지를 먼저 묻습니다. 그러나 전제가 무너진 기업에서는 어떤 기법도 작동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정교한 사과문도 「저 회사가 저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가」라는 물음 앞에서 힘을 잃습니다. 전제는 기초 공사이고 기법은 인테리어입니다.
스트래티지샐러드 정용민 대표가 더피알 칼럼에서 정리한 기업 위기관리의 전제는 네 가지입니다. 선의를 가진 행위자라는 전제, 법과 규정을 지킨다는 전제, 부작위 없이 맡은 바를 다한다는 전제, 위기를 만들지 않으려 평시에 노력한다는 전제입니다. 셋째 전제는 이미 법이 문서로 요구하고 있습니다. 민법은 위임받은 자에게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상법은 이사에게 충실의무를 명문화해 두었습니다. 넷째 전제는 앞의 세 전제를 증명하는 증거에 해당합니다. 선하고 준법하며 성실하다는 주장은 말로 할 수 있지만, 예방의 노력은 기록과 흔적으로만 성립하기 때문입니다.
전제의 효력은 세 갈래로 나타납니다. 먼저 예방의 효력입니다. 선하고 준법하며 부작위 없이 일하는 조직에서 위기의 씨앗은 자라기 어렵습니다. 다음은 정상참작의 효력입니다. 같은 사고를 두고도 이해관계자들은 그 기업이 살아온 방식에 따라 다르게 판단하며, 회복의 여지도 그만큼 달라집니다. 마지막은 설명의 효력입니다. 전제를 지키며 일해 온 기업만이 무엇을 검토했고 어떤 근거로 판단했는지의 기록을 갖습니다. 법원이 경영 판단을 심사할 때도 결과보다 판단 과정의 합리성을 봅니다.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수집하고 검토해 내린 판단이라면 사후에 손실이 생겨도 배상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의 취지입니다.
책임은 세 개념으로 구분해 둡니다
칼럼은 한국어 「책임」이 성격이 다른 세 개념을 한 단어로 흡수하고 있다는 점도 짚습니다. 수행책임(responsibility)은 누가 그 일을 하는가의 문제이며 위임과 분담이 가능합니다. 결과책임(accountability)은 누가 이 사태에 답하는가의 문제이며 아래로 위임되지 않습니다. 법적책임(liability)은 법령과 계약에 근거해 사법기관이 판단하는 배상과 처벌입니다. 결과책임의 핵심은 설명하고 정당화하는 답변책임입니다. 임원 경질이나 사퇴만으로 결과책임을 이행했다고 보는 관행은 감수의 축만 채우고 답변의 축을 비워 두며, 「꼬리 자르기」라는 새 프레임을 부릅니다.
경영진에게 남는 실무 과제는 분명합니다. 네 전제를 질문으로 바꿔 정기적으로 자문하는 것, 위기 시 내부 조사와 법무 판단과 커뮤니케이션을 세 갈래로 분리해 운영하는 것, 위기 유형별 최초 답변자와 상향 조건을 문서로 정해 두는 것, 판단의 근거와 경위를 평소 기록으로 남겨 답변의 재료를 축적해 두는 것입니다. 「법적으로 문제없다」는 판정은 법적책임의 영역을 정리해 줄 뿐, 이해관계자에게 설명할 의무까지 없애 주지는 않습니다. 전제는 결국 기업의 품성이고, 품성은 최고경영자로부터 흘러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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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관리의 전제란 무엇인가: 전제 개념 자체를 용어 사전 항목으로 정리한 글입니다.
위기관리에서 책임이란 무엇인가: 수행책임과 결과책임, 법적책임의 구분을 다룹니다.
답변책임(answerability)이란 무엇인가: 결과책임의 핵심 축을 따로 설명합니다.
위기 상황에서 누가 답해야 하는가: 답변 주체를 정해 두는 실무 기준입니다.
발표와 답변은 어떻게 다른가: 설명의 축을 비워 두는 관행을 짚습니다.
기업 위기관리란 무엇인가: 기업 위기관리의 범위를 개괄합니다.
※ 이 글은 스트래티지샐러드 정용민 대표가 더피알 「정용민의 Crisis Talk」에 연재한 칼럼을 경영진 독자를 위해 재구성한 편집본입니다. 전문은 정용민 대표 블로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