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관리에서 진정성은 회사가 실제로 가지고 있는 마음과 태도를 그대로, 그리고 제대로 전달하는 일을 말합니다. 「그대로」와 「제대로」는 서로 다른 두 가지 요구이며, 우리가 쓰는 진정성이라는 말 안에 그 둘이 겹쳐 있습니다. 진정성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을 때 무엇을 고쳐야 하는지가 갈리는 지점도 여기입니다.
진정성은 두 가지 말이 겹쳐 있는 단어입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진정성」을 찾으면 결과가 나오지 않습니다. 「진정」에 「성」을 붙여 만든 조어이기 때문입니다. 사전에 오르지 않은 말이 실무에서 가장 자주 쓰이고 있는 셈입니다.
혼선은 이 말이 두 개의 한자 표기로 존재한다는 데에서 시작됩니다. 하나는 진정성(眞正性)입니다. 진짜라는 뜻이고, 사실과 다르지 않다는 뜻입니다. 영어로는 authenticity에 해당합니다. 다른 하나는 진정성(眞情性)입니다. 참된 마음과 정을 가리키며, sincerity에 가깝습니다.
위기관리 관점에서 앞의 것은 회사가 내부적으로 진짜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가에 대한 답입니다. 생각과 행동의 일치를 뜻합니다. 뒤의 것은 말하는 사람의 표정과 태도, 목소리와 말투를 통틀어 보았을 때 그 마음이 실제로 느껴지는가에 대한 답입니다.
회사는 우리에게 진정성이 있는데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이 문장 안에서 앞의 진정성과 뒤의 진정성이 서로 다른 것을 가리키고 있기 때문에 답이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그대로 말할 때 생기는 진정성이 있습니다
제품에서 유해 성분이 검출되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고 하겠습니다. 회사는 수년간 반복한 자체 안전성 평가에서 그런 성분이 나온 적이 없다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이때 대표이사가 회사의 기술 역량을 믿어 달라고 말하고 공인 기관에 재조사를 의뢰했다고 밝힌다면, 그 메시지에는 진정성(眞正性)이 들어 있습니다. 내부의 생각을 그대로 말했기 때문입니다.
반대의 경우도 성립합니다. 유해 성분이 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면, 매출을 위해 알면서도 판매했고 함유량을 줄이려 했으나 완전하지 못했다고 밝히는 것 역시 진정성(眞正性)이 있는 커뮤니케이션입니다. 진짜를 그대로 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많은 기업이 택하는 문장은 그 사이 어딘가에 있습니다. 일부 제품에서 소량이 검출되었을 뿐 인체에 유해하다고 볼 수 없으나 소비자의 우려를 고려해 자발적 리콜을 실시하겠다고 말하면서, 지속적으로 안전성 검사를 해 왔다는 점을 덧붙입니다. 이 경우 회사는 진정성(眞正性)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진짜를 숨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구분에서 알 수 있듯 진정성(眞正性)은 선악의 문제가 아닙니다. 생각과 행동이 일치하는가의 문제입니다. 사과하고 싶지 않은 회사라면, 왜 지금 사과할 수 없는지를 밝히는 편이 개념상 오히려 일치에 가깝습니다.
제대로 전달될 때 생기는 진정성이 있습니다
다른 한 축은 전달입니다. 같은 내용이라도 대표이사가 당당하게 질문에 답하고 조사 결과를 구체적으로 공개하며 신뢰감 있게 행동하면, 사람들은 그 설명에 믿음이 간다고 느낍니다. 진정성(眞情性)이 통했다는 말이 가리키는 상태입니다.
반대로 사죄하겠다는 마음을 실제로 갖고 있으면서도 아무런 준비 없이 사과문 메모만 들고 단상에 올라가 몇 마디를 딱딱하게 읽고 내려오면, 그 마음은 전달되지 않습니다. 내부의 일치는 있었으나 표현이 그 일치를 실어 나르지 못한 것입니다.
그래서 이 축은 훈련·시뮬레이션과 경험으로 좁혀지는 영역입니다. 앞의 축이 경영진의 철학과 원칙에서 나온다면, 이 축은 준비의 양에서 나옵니다.
진정성이 없다는 평가는 두 가지 다른 진단입니다
두 축을 함께 놓으면 네 가지 상태가 나옵니다. 진정성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을 때 회사가 어디에 서 있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처방이 달라집니다.
| 구분 | 진정성(眞情性)이 전달됨 | 진정성(眞情性)이 전달되지 않음 |
|---|---|---|
| 진정성(眞正性)이 있음 | 생각을 그대로 그리고 제대로 전달한 상태입니다. 신뢰가 쌓입니다 | 내부는 일치하나 표현이 미흡한 상태입니다. 훈련·시뮬레이션과 경험으로 좁힐 수 있습니다 |
| 진정성(眞正性)이 없음 | 진짜를 숨긴 채 능숙하게 연출한 상태입니다. 사실이 드러나는 순간 더 큰 사안이 됩니다 | 숨기고 전달에도 실패한 상태입니다. 회복에 가장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
실무에서 가장 위험한 자리는 「진정성(眞正性)이 없음」과 「진정성(眞情性)이 전달됨」이 만나는 칸입니다. 그 순간에는 위기가 관리된 것처럼 보이지만, 숨긴 사실이 드러나면 원래의 사안에 은폐가 더해집니다. 반대로 「진정성(眞正性)이 있음」과 「전달되지 않음」이 만나는 칸은 준비로 해결되는 문제이므로, 진단만 정확하면 고칠 수 있습니다.

위기 시에는 회사의 진짜 마음부터 정해야 합니다
부정 이슈나 위기를 맞은 기업 내부의 진짜 마음은 대체로 정돈되어 있지 않습니다. 막대한 손해를 본 경영진은 화가 나 있고, 억울해하며, 회사를 비판하는 사람들이 밉습니다. 그것이 그 시점에 회사가 실제로 가진 마음입니다.
그런데 밖으로 나가는 메시지는 여러분의 실망과 아픔을 이해한다거나, 모두 우리의 불찰이라거나, 비판을 감사히 받아들여 개선에 매진하겠다는 말이 됩니다. 속마음과 다른 말이므로 진정성이 없는 커뮤니케이션이 됩니다.
그렇다고 화가 나고 억울하며 여러분이 밉다는 말을 날것으로 내보낼 수는 없습니다. 그 커뮤니케이션은 진정성 자체로는 확실하겠지만 위기관리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순서가 중요합니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기업 내부에서 생겨나는 마음과 태도를 먼저 정의하고 관리해야 합니다. 그 마음과 태도가 정리되어야 비로소 그것을 그대로 말할 수 있게 됩니다. 마음에 없는 말을 그럴듯하게 하니 문제입니다. 마음에 있는 말을 그럴듯하게 하는 것이 진정성 있는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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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거로 삼은 표준과 자료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 「진정성」은 표제어로 등재되어 있지 않음(2026년 9월 조회)
U.S. CDC, CERC Manual 2018 update — 여섯 원칙 가운데 「신뢰를 얻어라」
WHO, Communicating risk in public health emergencies (2017) — 권고 A.1
두 한자 표기를 내부의 일치와 전달의 성공이라는 두 축으로 나누고 네 가지 상태로 정리한 부분은 스트래티지샐러드의 정리입니다.
스트래티지샐러드 「위기관리 용어 사전」 수록 항목입니다. 작성: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같은 글이 필자의 블로그 Communications as Ikor에도 게재되어 있습니다. 2026년 9월 30일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