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Crisis Firm은 기업과 조직의 위기와 이슈를 전문 영역으로 삼아 자문을 제공하는 전문 서비스 회사입니다. 위기 상황에 투입되는 회사라는 뜻이 아니라, 그 일을 전문으로 수행할 기반을 갖춘 회사라는 뜻입니다. 이 구분이 없으면 위기관리를 한다고 말하는 모든 회사가 같은 이름으로 불리게 됩니다.
Firm이라는 말은 전문 서비스 회사를 뜻합니다
로펌(law firm), 컨설팅펌(consulting firm), 회계법인(accounting firm)에 공통으로 붙는 말이 firm입니다. 원래 이 단어는 회사 일반을 가리키는 중립적인 말이지만, 이 용례에서는 의미가 좁혀져 있습니다. 전문 지식을 팔아 자문하는 회사를 지칭합니다.
그래서 Crisis Firm이라는 말은 위기관리를 하는 회사가 아니라 위기관리를 전문 서비스로 제공하는 회사를 뜻하게 됩니다.
다만 명칭 자체는 아무것도 보증하지 않습니다. 누구든 스스로를 그렇게 부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이 개념의 실질은 이름이 아니라 그 이름을 정당화하는 기반에 있습니다.
로펌보다 컨설팅펌에 가깝습니다
로펌(law firm)과 회계법인(accounting firm)에는 국가가 관리하는 자격이 있습니다. 변호사와 회계사라는 면허가 진입을 통제하고, 자격을 잃을 수 있다는 사실이 품질을 뒷받침합니다. 고객은 그 회사를 잘 몰라도 최소한의 수준을 전제할 수 있습니다.
위기관리에는 그런 면허가 없습니다. 경영컨설팅(consulting firm)과 광고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Crisis Firm이 견주어야 할 대상은 로펌이 아니라 컨설팅펌입니다.
면허가 없다는 것이 전문 서비스가 아니라는 뜻은 아닙니다. 공적인 보증 장치가 없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그 공백은 위기관리에서 특히 크게 벌어집니다. 위기가 수습되었을 때 그것이 자문 때문인지 운 때문인지, 일이 끝난 뒤에도 확정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 영역에서는 밖에서 보증해 주는 것이 없다는 전제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그 자리를 대신할 기반을 회사가 스스로 갖추고, 밖에서 확인할 수 있는 형태로 내놓아야 합니다.
무엇을 갖추어야 그렇게 부를 수 있습니까
여섯 가지입니다.
첫째는 검증 가능한 인력입니다. 경력 연차, 실제로 어떤 클라이언트를 어떤 사안으로 자문했는지, 업계에서 어떤 평판을 얻고 있는지가 개인 단위로 확인되는 사람이 여러 명 있어야 합니다.
둘째는 서비스 체계입니다. 위기관리를 한다는 말로는 부족합니다. 어떤 서비스가 어떤 분야에 어떤 절차로 제공되는지가 나뉘어 있고 이름이 붙어 있어야 합니다.
셋째는 매뉴얼입니다. 그 체계를 실제로 굴리는 문서입니다. 매뉴얼이 하는 일은 사람 머릿속에 있는 것을 조직이 쓸 수 있는 형태로 옮기는 것입니다. 이 문서가 없다면 그것은 회사의 역량이 아니라 개인의 역량입니다.
매뉴얼이 있으면 오히려 경직되지 않겠느냐는 물음이 자주 나옵니다. 매뉴얼을 대본으로 이해할 때만 그렇습니다. 위기관리를 다루는 국제표준에도 계획이 다루지 못하는 상황에서 즉흥적으로 판단할 능력이 요건으로 들어 있습니다. 매뉴얼의 역할은 행동을 고정하는 것이 아니라 판단이 시작되는 지점을 조직이 공유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매뉴얼이 없으면 즉흥은 역량이 아니라 도박이 됩니다.
넷째는 훈련과 도제입니다. 전문성이 다음 사람에게 넘어가는 경로가 설계되어 있어야 합니다. 로펌과 컨설팅펌이 공통으로 갖고 있는 기반이 이것입니다.
다섯째는 시스템입니다. 모니터링, 분석, 보고와 의사결정, 그리고 법무나 규제 같은 인접 분야와의 협업 체계입니다. 위기는 정보와 결정의 속도로 갈리기 때문에, 시스템이 없으면 전문성이 발휘될 시간 자체가 생기지 않습니다.
여섯째는 이해상충 관리와 비밀유지 구조입니다. 로펌이 사건을 맡기 전에 이해가 충돌하는지부터 확인하는 것과 같은 절차입니다. 위기관리에서는 경쟁 관계에 있는 회사를 동시에 자문하게 될 위험이 늘 있습니다. 이를 걸러 내는 절차가 없는 조직은 구조적으로 클라이언트의 이익을 지키지 못합니다.
홍보대행사와는 기반에서 갈립니다
두 조직이 하는 일이 겹쳐 보일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갈리는 지점은 업무 목록이 아니라 그 업무를 떠받치는 기반입니다.
| 구분 | 홍보대행사 | Crisis Firm |
|---|---|---|
| 인력 | 홍보 실무 경력 중심 | 위기 자문 이력이 개인별로 확인되는 인력 다수 |
| 서비스 | 위기 대응도 수행 | 진단·체계 구축·훈련·실행으로 나뉜 서비스 체계 |
| 문서 | 대응 계획 수준 | 체계를 구동하는 매뉴얼 보유 |
| 인력 육성 | 실무 경험 축적 | 훈련과 도제 경로 설계 |
| 운영 | 사안별 대응 | 모니터링·분석·보고·협업 체계 상시 가동 |
| 수임 | 별도 절차 없음 | 이해상충 확인과 비밀유지 구조 제도화 |
표의 항목은 모두 말이 아니라 문서와 절차로 확인됩니다. 그것이 이 구분을 실제로 쓸 수 있게 만드는 이유입니다.
한 사람으로는 왜 어렵습니까
한 사람의 전문성이 조직보다 뛰어날 수 있습니다. 그 자체는 사실입니다.
다만 개인의 전문성과 조직의 전문성은 다른 것을 가리킵니다. 위기는 여러 곳에서 동시에, 밤낮 없이, 때로는 여러 지역에서 함께 벌어집니다. 그때 필요한 것은 세 가지입니다. 동시에 대응할 수 있는가, 판단을 내부에서 서로 검증할 수 있는가, 한 사람이 떠나도 축적된 것이 남는가입니다.
이 셋은 사람 수가 늘어난다고 자동으로 생기지 않고, 한 사람 체제에서는 아예 생길 수 없습니다. 그래서 기준은 규모가 아니라 겹칠 수 있는가입니다. 몇 명 이상이라는 숫자로 선을 긋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실적을 공개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검증합니까
가장 어려운 질문입니다. 위기관리는 비밀유지가 전제이므로 어느 회사의 어떤 사안을 다루었는지 밝히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검증의 대상을 사례에서 체계로 옮겨야 합니다. 인력의 이력, 방법론 문서의 존재와 수준, 훈련 체계, 시스템 구성, 그동안 공개해 온 저술과 지식은 클라이언트의 비밀을 건드리지 않고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로펌을 고를 때도 같은 방식으로 봅니다. 어느 사건을 이겼는지가 아니라 어떤 변호사가 어떤 분야를 어떤 절차로 다루는지를 봅니다.
오히려 실적을 화려하게 나열하는 곳은 다시 보아야 합니다. 남의 사안을 말하는 회사는 우리 사안도 언젠가 말하게 됩니다.
Crisis Firm을 고를 때 확인할 것
첫째, 위기 자문 경력이 있는 인력이 몇 명인지, 각자의 이력을 확인할 수 있는지 물어보십시오.
둘째, 제공하는 서비스가 분야와 절차로 나뉘어 문서화되어 있는지 보십시오.
셋째, 그 서비스를 굴리는 매뉴얼이 실제로 있는지 확인하십시오.
넷째, 사람을 어떻게 길러 내는지 물어보십시오. 훈련 경로가 없는 곳은 지금의 인력이 전부입니다.
다섯째, 모니터링과 분석, 보고와 협업이 상시로 돌아가는지 확인하십시오.
여섯째, 수임 전에 이해상충을 확인하는 절차가 있는지, 비밀유지와 문서 관리를 어떻게 다루는지 물어보십시오.
여섯 가지 모두에 문서로 답하지 못한다면, 그 회사가 하는 일은 위기 대응 업무이지 위기관리 전문 서비스가 아닙니다. 그리고 이 기준은 저희에게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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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관리 컨설팅이란 무엇인가: Crisis Firm이 제공하는 서비스입니다.
위기관리 컨설턴트는 무슨 일을 하는가: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입니다.
기업은 왜 위기관리를 외부에 맡기는가: 외부에 맡기는 이유입니다.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스트래티지샐러드 「위기관리 용어 사전」 수록 항목입니다. 작성: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같은 글이 필자의 블로그 Communications as Ikor에도 게재되어 있습니다. 2026년 8월 26일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