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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위기관리에서 의사결정은 왜 어려운가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기업 위기관리에서 의사결정이 어려운 이유는 지켜야 할 대상이 여럿이라는 데 있습니다. 위기관리의 원칙은 주체가 무엇이든 같습니다. 다만 기업에서는 그 원칙을 실행하는 자리에 다른 조직이 겪지 않는 딜레마가 따릅니다. 주주와 투자자, 구성원, 거래처, 고객의 기대가 서로 같지 않고, 드물게는 마땅히 해야 할 일이 회사의 지속가능성과 부딪치기도 합니다.

원칙대로 하면 대부분 풀립니다

기업 위기관리라고 해서 위기관리의 원칙이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적시에 하는 것이라는 정의는 주체가 무엇이든 그대로 적용되며, 기업이 겪는 위기의 대부분은 이 원칙을 지키는 것만으로 해결됩니다. 마땅함과 적시라는 두 축은 「위기관리란 무엇인가」에서 다루었으므로 여기서 되풀이하지 않습니다.

다만 일부 예외적인 국면에서는 큰 딜레마가 생깁니다. 이 글은 그 딜레마가 어디서 오고 어떤 모습인지를 다룹니다.

기업은 존속이 보장되지 않습니다

정부와 공공기관의 위기관리는 목적이 이미 주어져 있습니다. 국민의 안전과 공공의 이익입니다. 눈여겨볼 것은 그 목적에 조직 자신의 존속이 들어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공공기관의 존속은 법이 보장하므로 위기 때 지켜야 할 목표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목적이 하나로 유지되고, 무엇이 마땅한지를 두고 조직이 그때그때 고민할 여지도 좁습니다. 두 체계의 제도적 차이는 「기업 위기관리란 무엇인가」에서 따로 다루었습니다.

기업의 사정은 여기서부터 갈립니다. 기업의 존속은 위기의 결과에 따라 결정됩니다. 지켜야 할 목표 안에 조직 자신이 들어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기업이 그 사정을 그대로 반영해 「자사의 안전과 사업의 이익」을 위기관리의 목적으로 세운다고 해 보겠습니다. 솔직한 문장이지만 이 목적으로는 위기관리가 작동하지 않습니다. 마땅함의 판정자는 회사 밖에 있습니다. 자사의 안전과 사업의 이익만을 기준으로 내린 결정은 그들에게 마땅한 조치로 읽히지 않고, 그렇게 읽히지 않은 위기는 훨씬 길어집니다.

게다가 「자사의 안전」도 「사업의 이익」도 하나를 가리키지 않습니다. 열어 보면 주주와 투자자, 구성원, 거래처, 고객이 각각 들어 있고, 이들이 원하는 안전과 이익이 서로 같지 않습니다. 기업 위기관리는 이 여럿을 동시에, 균형 있게 충족시켜야 한다는 전제 위에서 시작하며, 딜레마도 여기서 출발합니다.

그래서 의사결정이 전략의 문제가 됩니다

지켜야 할 대상이 여럿이라는 조건에 기업 특유의 조건 세 가지가 더해집니다.

경영진의 의사결정 부담입니다. 부서가 감당할 수 있는 크기를 넘어선 사안이므로 대응 의사결정은 언제나 최고경영진의 몫이 됩니다. 문제는 그 자리에 앉은 사람의 지위가 결정의 결과에 함께 걸려 있다는 것입니다. 지켜야 할 대상 안에 결정하는 사람 자신이 들어 있는 셈이며, 이런 부담은 다른 조직의 위기관리에는 없습니다.

법적 절차와 동시에 진행됩니다. 법무는 사실이 확정되기 전까지 책임을 인정하는 표현의 자제를 권고하고, 위기관리는 심각성을 인지한 그날 보호 조치를 요구합니다. 둘 다 각자의 소관에서 합리적입니다. 두 요구 사이에서 기업은 의사결정의 압력을 받습니다.

지켜야 할 것이 대부분 무형입니다. 조치에 드는 비용은 숫자로 나옵니다. 잃게 될 신뢰는 숫자로 나오지 않습니다. 신뢰가 지켜졌는지는 회사 밖에서 판정되고, 그 기준도 회사가 정하지 못합니다. 한쪽은 계산되고 한쪽은 계산되지 않는 상태에서 둘을 견주어야 하며, 계산되는 쪽이 언제나 더 커 보이는 현실에서 의사결정을 해야 합니다.

게다가 더 큰 딜레마가 생기곤 합니다

여기까지는 정도의 문제입니다. 그러나 아주 드물게, 마땅히 해야 할 일이 회사의 지속가능성 자체와 부딪칩니다. 이때 딜레마는 성격이 완전히 바뀝니다.

제품에 이상이 확인되어 리콜이 마땅한 상황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그런데 그 규모로 리콜을 하면 회사가 존속하지 못합니다. 오너나 대표이사가 자리를 내놓아야 하고, 그만큼의 인원을 내보내야 하는 상황이 함께 옵니다.

지속가능성이 무너지는 국면에서는 무엇이 마땅한가를 보는 기업의 관점 자체가 달라집니다. 마땅함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회사가 사라지면 남은 약속도 지킬 수 없으므로, 회사의 존속 자체가 의사결정의 조건으로 들어옵니다. 무엇을 먼저, 어디까지, 어떤 속도로 이행할 것인가가 그때부터 의사결정의 대상이 됩니다. 이 어려움까지 다루어야 하는 것이 기업 위기관리의 실체입니다.

같은 결정도 이해관계자에 따라 다르게 읽힙니다

딜레마의 증거는 평가에서도 드러납니다. 기업의 위기관리는 유독 평가가 엇갈립니다. 보는 자리마다 기준이 다릅니다. 위의 리콜 상황을 두 갈래로 놓고 보면 그 이유가 분명해집니다.

보는 자리평가의 기준즉시 전면 리콜을 택했다면범위를 좁혀 단계적으로 했다면
고객과 소비자단체내 안전이 언제 확보되었는가마땅했다늦고 인색했다
주주와 투자자회사 가치가 지켜졌는가과했다합리적이었다
구성원조직과 내 자리가 남았는가무책임했다회사를 지켰다
거래처거래를 계속할 수 있는가불안해졌다예측 가능했다
규제기관과 언론의무를 이행했는가모범적이었다미흡했다
표. 하나의 결정에 대한 이해관계자별 평가 — 스트래티지샐러드

모두를 만족시키는 선택지가 표 안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딜레마의 정확한 모습입니다. 기업 위기관리의 결과를 두고 전문가들의 평가가 갈리는 것도 대개 평가자가 어느 행에 서 있는가에 따라 갈리는 것입니다.

선과 악의 문제도, 둘 중 하나의 문제도 아닙니다

이 딜레마를 도덕의 문제로 단순화하면 실무가 작동하지 않습니다. 고객을 지킬 것인가 회사를 지킬 것인가라는 구도로 세우는 순간 회의실에서는 아무도 진짜 계산을 말하지 않게 됩니다. 말하면 악역이 되기 때문입니다. 입 밖에 내지 않는다고 그 계산이 없어지지는 않습니다. 논의를 거치지 않은 채 결정에 반영될 뿐입니다.

이분법도 같은 함정입니다. 딜레마에서는 두 선택지 중 옳은 쪽을 고르는 방식이 통하지 않습니다. 필요한 것은 충분한 고민입니다.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는지를 전부 꺼내 놓고, 잃기로 한 것을 잃는 줄 알면서 선택하는 것입니다.

기업 위기관리가 다른 유형의 위기관리보다 어려운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답은 이미 나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려운 것은 그 답을 회사가 감당하기로 정하는 과정입니다.

딜레마를 감당하는 힘은 평시에 만들어집니다

이 조건들은 기업이라는 형태를 유지하는 한 계속 작동합니다. 그 위에서 의사결정을 해내는 능력을 실무에서는 정무감각이라고 부릅니다. 결국은 경영의 문제이기도 하며, 경험과 훈련으로 길러집니다.

필요한 것은 경영진이 반론을 들을 수 있는 소통 구조, 이해관계자 우선순위에 대한 사전 합의, 법무와 커뮤니케이션이 같은 회의에 앉는 관행, 그리고 회사의 존속이 걸린 시나리오를 실제로 몇 번씩 돌려 보는 평시의 준비와 훈련입니다.

위기가 닥친 뒤에는 만들 수 없는 것들입니다. 위기 앞에서 그 의사결정을 처음 해 보는 회사는 제대로 해내지 못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