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갑질 논란은 우위에 있는 쪽이 그 우위를 부당하게 사용했다는 문제 제기가 공론화된 상태를 말합니다. 계약서의 갑과 을이라는 표기에서 나온 말이며, 법률 용어가 아닙니다. 위기관리 실무에서 이 사안이 까다로운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하나의 이름으로 불리지만 그 아래에는 서로 다른 법이 적용되는 여러 국면이 섞여 있고, 여론이 판정하는 기준은 그 어느 법과도 일치하지 않습니다.
하나의 이름 아래 세 개의 법이 있습니다
갑질이라는 말이 실제로 가리키는 국면은 크게 셋으로 나뉩니다. 조직 내부에서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하는 행위, 거래 관계에서 우월한 사업자가 상대방에게 하는 행위, 그리고 고객이 응대 근로자에게 하는 행위입니다. 세 가지는 근거 법령도 다르고 회사가 지는 의무도 다릅니다.
| 구분 | 직장 내 괴롭힘 | 거래상 지위 남용 | 고객의 폭언 등 |
|---|---|---|---|
| 근거 | 근로기준법 제76조의2 · 제76조의3 | 공정거래법 제45조 제1항 제6호, 하도급법·가맹사업법·대규모유통업법·대리점법 | 산업안전보건법 제41조 |
| 우위의 원천 |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 거래상의 지위 | 구매자의 지위 |
| 피해 주체 | 소속 근로자 | 수급·가맹·납품·대리점 사업자 | 고객응대근로자 |
| 회사의 위치 | 가해 또는 사용자 | 가해 사업자 | 보호 의무자 |
| 법정 의무 | 조사, 피해자 보호, 신고자 불이익 금지 | 시정명령과 과징금의 대상 | 예방조치, 업무 중단 또는 전환 |
| 대응 주관 | 인사·노무 | 법무·구매·영업 | 인사·현장 운영 |
세 번째 국면은 방향이 반대입니다. 회사가 가해자가 아니라 근로자를 보호할 의무를 지는 쪽입니다. 그런데 이 국면에서도 여론은 회사에 묻습니다. 직원을 지키지 못한 회사인가를 봅니다. 갑질 논란에서 회사의 위치가 언제나 피고인 것은 아니지만, 답해야 하는 위치인 것은 언제나 같습니다.
위법성이 아니라 우위의 사용 방식이 판정 기준입니다
세 법령의 요건에는 공통 구조가 있습니다. 우위가 존재할 것, 그리고 그 우위가 적정 범위를 넘어 사용되었을 것입니다. 근로기준법은 이를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은 행위로 규정하고, 공정거래법 계열은 거래상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하는 행위로 규정합니다.
여론도 같은 구조로 판정합니다. 다만 요건이 없고 입증 절차도 없습니다. 우위가 눈에 보이고 그 사용이 과했다고 느껴지면 그것으로 판정이 끝납니다.
그래서 갑질 논란에서 회사가 법적 판단을 앞세우는 대응은 대개 작동하지 않습니다. 위법이 아니라는 문장은 우위 자체를 부정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공중이 물은 것은 처벌 대상인가가 아니라 그런 관계가 어떻게 가능했는가입니다.
증거가 먼저 나옵니다
갑질 논란에는 다른 위기와 구별되는 시간 구조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위기는 사안이 먼저 알려지고 증거가 나중에 확인됩니다. 갑질 논란은 반대입니다. 녹취, 영상, 메신저 화면처럼 1차 증거가 먼저 공개되고 회사는 그것을 보고 나서 확인을 시작합니다.
이 구조가 초기 대응의 표준 문장을 무력하게 만듭니다.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는 홀딩 스테이트먼트는 공중이 이미 본 것을 회사만 보지 못했다는 인상을 만듭니다. 확인이 필요하다는 말 자체는 사실이지만, 그 말이 놓이는 자리가 다릅니다.
이 국면에서 회사가 말할 수 있는 것은 확인 중이라는 상태가 아니라 확인의 방식입니다. 누가 조사하는지, 언제까지 하는지, 그동안 피해를 주장하는 사람을 어떻게 보호하는지를 밝히는 것이 초기 메시지의 내용이 되어야 합니다. 확인의 절차를 말하는 것과 확인 중이라고만 말하는 것은 같은 시점에 나가도 전혀 다르게 읽힙니다.
피해자가 조직 안에 남습니다
갑질 논란이 다른 위기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하나 더 있습니다. 피해를 주장하는 사람이 조직 안에 있거나 거래 관계 안에 있다는 것입니다. 논란이 정리된 뒤에도 그 관계는 계속됩니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3은 여기에 절차를 두고 있습니다. 신고를 접수하거나 발생 사실을 인지하면 지체 없이 객관적인 조사를 실시해야 하고, 조사 기간 동안 피해 근로자를 보호해야 하며, 신고자와 피해 근로자에게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해서는 안 됩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41조도 조치를 요구한 고객응대근로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 절차는 법적 의무인 동시에 커뮤니케이션의 선행 조건입니다. 절차를 밟지 않은 상태에서 나가는 사과문은 두 번째 논란을 만듭니다. 실제로 갑질 논란의 2차 국면은 처음 알려진 행위보다 그 뒤에 회사가 무엇을 했는가에서 열리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조사가 형식적이었다는 이야기, 신고자가 부서를 옮겼다는 이야기, 가해로 지목된 사람이 조용히 복귀했다는 이야기가 두 번째 기사를 만듭니다.
상황관리가 커뮤니케이션에 앞선다는 원칙이 가장 분명하게 확인되는 영역입니다.
사실을 다투면 대개 집니다
갑질 논란에서 회사가 자주 선택하는 대응은 맥락의 제시입니다. 전후 사정이 있었다, 업무상 필요한 지시였다, 일부는 사실과 다르다는 방향의 설명입니다.
이 대응에는 구조적인 약점이 있습니다. 업무상 적정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를 회사가 설명하는 순간, 그 범위를 정하는 쪽이 회사라는 사실이 다시 드러납니다. 우위의 존재를 부정하려는 설명이 우위를 재확인시키는 결과가 됩니다. 여론이 본 것은 행위의 세부가 아니라 관계의 비대칭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사실관계가 명백히 왜곡되었다면 바로잡아야 합니다. 다만 그 정정은 관계에 대한 답과 분리해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사실을 바로잡는 문장과 관계를 설명하는 문장이 한 발표문에 섞이면, 앞의 것은 변명으로 읽히고 뒤의 것은 형식으로 읽힙니다.
답해야 할 질문은 정해져 있습니다. 그 일이 어떻게 가능했는가, 그리고 다시 가능하지 않게 하기 위해 무엇을 바꿀 것인가입니다.
갑질 논란은 한 사람의 행동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해서 그 행동이 가능했던 조직에 대한 질문으로 끝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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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래티지샐러드 「위기관리 용어 사전」 수록 항목입니다. 작성: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같은 글이 필자의 블로그 Communications as Ikor에도 게재되어 있습니다. 2026년 9월 18일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