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시나리오 작업은 위기 전에 그 길을 한 번 걸어 보는 일입니다
조만간 가시화될 이슈에 대비해 여러 시나리오를 개발하는 중인데 실효가 있겠느냐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효과는 분명합니다. 이미 가 본 길에서는 갈림길이 어디쯤 나오는지, 어디가 미끄러운지를 압니다. 걸음이 흔들리지 않고, 다음 걸음을 미리 계산할 여유도 생깁니다. 시나리오 작업은 위기가 오기 전에 그 길을 미리 한 번 걸어 보는 일입니다.
개수를 늘리는 동력은 불안입니다
효과를 키우겠다며 수십, 수백 가지를 만들어 두면 그다음부터 남는 것은 문서 작업입니다. 위기 시 의사결정은 시간과의 싸움입니다. 두꺼운 시나리오집에서 지금 상황이 몇 번째 변형인지 찾는 사이 골든타임이 흘러갑니다. 실제 위기는 준비된 시나리오와 똑같은 모습으로 오지 않습니다. 어느 것과도 정확히 맞지 않는 상황 앞에서 조금씩 다른 대응 방안들이 저마다 근거를 내세우며 부딪힙니다.
시나리오를 늘리는 동력은 불안입니다. 빠뜨린 경우의 수가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 나중에 왜 이 상황은 준비하지 않았느냐는 질책을 받을지 모른다는 불안입니다. 개수가 준비의 증거처럼 여겨지는 것입니다. 그렇게 불어난 문서는 조직의 불안을 달래 줄 수는 있어도 위기를 관리해 주지는 못합니다.
핵심 변수와 회사의 입장을 먼저 세웁니다
시나리오 개발에서 먼저 할 일은 두 가지입니다. 사안의 향방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를 분석해 정리하는 일, 그리고 변수가 어느 쪽으로 움직이든 회사가 지켜야 할 입장과 핵심 대응안을 세워 두는 일입니다. 핵심 변수는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이 뼈대가 서 있으면 시나리오는 몇 갈래의 가지로 충분합니다.
적정 분량의 기준도 분명합니다. 최고경영자가 가만히 앉아 5분 정도면 전체 흐름을 기억해 낼 수 있는 수준입니다. 기억하지 못하는 시나리오는 위기 시 의사결정 테이블에 올라오지 못합니다. 실무단에서는 각 시나리오에 연결된 전략과 대응 방식을 직관적으로 떠올릴 수 있는 구체성이면 충분합니다. 실무그룹에는 시나리오를 더 만드는 일보다 기존의 것을 다듬는 일에 힘을 쏟도록 주문하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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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에 연재한 칼럼의 편집본입니다. 전문은 필자 블로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매체 원문: 이코노믹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