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위기 시 해당 상황을 선제적으로 정의(define)하라는 조언에 대해서 여쭙겠습니다. 그것이 기업 스스로 위기 상황에 대해 적극 설명하라는 의미인가요? 아니면 시기적으로 먼저 상황에 대한 정의를 내리는 커뮤니케이션을 하라는 의미인가요? 그걸 해서 기업측이 얻을 수 있는 실익은 무엇인가요?”
컨설턴트의 답변
질문하신 둘은 사실 하나로 이어져 있습니다. 기업이 마주한 상황에 대한 정의를 스스로 먼저 내리고, 그 정의를 효과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것. 이것이 조언의 온전한 의미입니다. 설명은 그 정의를 실어 나르는 수단이지요.
실익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위기가 터지면 사람들은 기업에게 가장 먼저 이렇게 묻습니다. “이게 무슨 일인가?” 이 물음에 대한 첫 대답이 곧 그 사안의 프레임(frame)이 됩니다. 사건의 첫 문장을 누가 쓰느냐의 문제입니다. 기업이 먼저 쓰면 그 문장 위에서 이야기가 전개되고, 기업이 머뭇거리면 언론이, 여론이, 때로는 우리에게 가장 적대적인 쪽이 그 첫 문장을 씁니다. 그래서 상황 정의는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의 첫 단추이자, 여론의 프레임 설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리더십의 기회라고 합니다.
그 골든타임을 허비하면 어떻게 될까요. 타자들이 내린 정의에 기업은 끝까지 휘둘리게 됩니다. 더 무서운 사실은, 한번 굳어진 상황 정의는 기업이 나중에 아무리 발버둥 쳐도 개선되거나 회복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은폐 기업’으로 정의된 회사가 몇 달 뒤 사실관계를 바로잡아도, 사람들의 머릿속 첫 문장은 바뀌지 않지요. 정의 내리기는 선점의 게임입니다. 결코 역전의 게임이 아닙니다.
이때 상황에 대한 정의와 관련하여 기억하셔야 할 것이 있습니다. 상황 정의는 ‘정확하게’가 아니라 ‘적절하게’ 하는 것입니다. 위기 초기에 기업은 모든 사실을 정확히 알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정무감각에 정렬된 판단체계를 갖춘 기업이라면, 이 사안이 사회적으로 어떤 의미인지, 누가 아파하고 있는지, 우리는 어떤 자세로 임할 것인지를 적절하게 정의해 낼 수 있습니다. 그렇게 적절한 정의가 서면 그에 대한 솔루션도 같은 적절함에 정렬되어 제시되기 마련입니다. 이후부터는 의제를 우리 쪽에서 확정해 관리하기가 훨씬 수월해지지요. 적절한 정의가 방향타 역할을 해 주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상당수 기업이 이 정의 내리기를 주저합니다. 능력이 없어서라기보다, 상황의 심각성과 민감성에만 과도하게 주목하기 때문입니다. ‘이걸 우리가 먼저 규정했다가 더 문제가 커지면 어쩌나’, ‘괜히 인정하는 꼴이 되지 않나’ 하는 두려움에 판단이 이끌려 다니는 것이죠. 그렇게 머뭇거리는 사이, 위기 사건의 첫 정의 내리기는 남의 손에서 완성됩니다.
그래서 상황 정의는 기술보다는 역량과 리더십의 문제라고 하는 것입니다. 평시에 다져 둔 정무감각, 여론을 읽는 훈련, 신속하게 판단을 모으는 내부 체계,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가 먼저 우리의 위기를 정의한다’고 결단하는 최고경영자의 위기관리 리더십. 이런 기반이 있어야 두려움을 누르고 첫 문장을 쓸 수 있습니다.
위기가 오면 어차피 그 상황은 누군가에 의해 정의됩니다. 유일한 선택지는 그 정의의 주인이 누구냐일 뿐입니다. 다음 위기에서는 그 첫 문장을 누가 쓰게 하실 것인지, 미리 답을 정해 두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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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란 무엇인가: 내린 정의를 공중에게 실어 나르는 활동의 정의입니다.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에 연재한 칼럼입니다. 원문: 이코노믹리뷰